완벽한 프롬프트는 없다, 계속 달리는 감각만 있을 뿐
처음에는 한 장면 안에 너무 많은 걸 넣으려고 했다. 스트레칭도 하고, 달려나가기도 하고, 분위기도 살아 있어야 하고, 감정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욕심을 넣을수록 결과물은 오히려 더 어색해졌다. 동작은 엉키고, 화면은 깨지고, 내가 원한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만든 철부지러닝 뮤직비디오다. 직접 확인해 보자.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분명 머릿속에는 장면이 선명한데, AI는 그걸 그대로 꺼내주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걸 자세히 설명하면 더 잘 나올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시키면 장면 자체가 무너진다는 걸 이번에 더 분명하게 느꼈다.
결국 풀리는 지점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욕심을 줄이고, 장면을 더 작게 나누고, 한 번에 하나씩만 분명하게 시키는 것. “스트레칭하고 뛰어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가볍게 조깅을 시작하는 부드러운 트래킹 샷”처럼 지금 필요한 움직임 하나만 정확히 주는 쪽이 훨씬 잘 작동했다.
이걸 보면서 러닝이랑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잘 뛰려고 하면 몸이 꼬인다. 호흡도 무너지고, 자세도 힘이 들어가고, 결국 페이스가 깨진다. 그런데 시선을 조금만 앞으로 두고, 호흡 하나, 팔치기 하나, 보폭 하나에 집중하면 이상하게 흐름이 살아난다. AI도 비슷했다. 완벽한 결과를 한 번에 뽑아내려 하기보다, 다음 한 걸음을 정확히 만드는 쪽이 결과가 좋았다.
이번 작업은 롱폼이든 숏폼이든 다 그랬다. 3분짜리 영상을 만들 때는 전체 흐름을 보고 가야 했고, 15초짜리 숏폼은 첫 몇 초 안에 힘이 살아야 했다. 같은 내용이라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호흡이 전혀 달랐다. 긴 영상에서는 천천히 쌓아 올리는 힘이 필요했고, 짧은 영상에서는 바로 들어오는 한 방이 필요했다.
중간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있었다. 화면 전체에 이상한 필터가 덮여서 당황하기도 했고, 16:9로 만든 장면을 9:16으로 다시 보면서 “이건 아예 다른 화면이구나”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런 수정들이 번거롭게 느껴졌는데, 하다 보니 알게 됐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플랫폼마다 뛰는 방식이 다른 거였다. 유튜브에서의 호흡과 릴스에서의 호흡은 다르고, 거기에 맞게 장면과 자막과 타이밍을 다시 맞춰야 했다.
결국 이번에 다시 확인한 건 아주 단순한 사실이다. 완벽한 프롬프트는 없다. 처음부터 다 아는 상태로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 보고, 깨지고, 다시 고치고, 조금씩 맞춰 가면서 감각을 얻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달리기를 대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완벽한 자세, 완벽한 페이스, 완벽한 훈련 계획으로 달리는 게 아니다. 직접 뛰어 보고, 몸 반응을 보고, 너무 빠르면 늦추고, 흐름이 좋으면 조금 더 가보고, 그러면서 자기 리듬을 배운다. 이번 AI 뮤직비디오 제작도 딱 그랬다. 결국 나를 앞으로 움직이게 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일단 켜고, 일단 만들고, 이상하면 다시 손보는 반복이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도 한 걸음부터.”
이 문장이 그냥 가사 한 줄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짜 작업 방식 자체가 그랬다. 완벽한 계획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 작게라도 계속 움직였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이번 작업을 하며 남긴 가장 큰 인사이트는 분명하다. AI 협업은 잘 쓰는 문장을 찾는 게임이 아니라, 장면을 나누고 흐름을 조정하면서 끝까지 밀고 가는 감각의 작업에 가깝다. 앞으로 철부지러닝 콘텐츠도 이 기준으로 만들려고 한다. 한 번에 잘 만들려 하기보다, 장면 단위로 분해하고, 플랫폼 호흡에 맞게 다시 편집하고, 실행하면서 감각을 축적하는 방식으로.
EN Summary
What I made: A ChulbujiRunning music video, built scene by scene with AI. What broke: Greed. Putting too much into one prompt collapsed the scene every time. What I learned: There’s no perfect prompt. There’s only the sense of keep moving — same as running.